2013/03/05 17:24

취업준비생의 생일 너를 기다리는 동안

차라리 재수생의 생일이 더 좋았다. 재수를 시작한 스무살엔 대학이라는 찬란한 미래를 꿈꾸며 보냈으니까. 하지만 스물 다섯의 생일은 아니 정확히 말하면 취업준비생의 생일은 우울하고, 우울하고 또 우울했다.

엄마가 끓여놓은 미역국을 냄새로만 마시고 집을 나섰다. 스터디 중간 다 식은 핫도그를 입에 넣은게 생일날 첫 끼니였다. 그리고 아르바이트를 했다. 죽어라 커피를 만들다 내 시급으로는 그린티 프라푸치노 한 잔 살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. 갑자기 세상 우울해지더라. 도대체 뭐 대단하게 살려고 일년에 한 번 있는 '내 날'을 이렇게 흘려보내는지. 이렇게 사는게 맞는지 의문도 들었다.

아르바이트를 다 끝내고 나왔더니 의미없이 보낸 생일이 딱 한시간 남아있었다. 핸드폰에 쌓여있는 생일 축하 문자를 봤다. 그래도 허투루 산 건 아니라는 생각을 했다. 늦게 축하해서 미안하다는 친구들과 뭐 먹고 싶냐는 언니의 문자를 보니 결코 의미없는 생일은 아니었다고 느꼈다.

이렇게 배설과 같은 글을 쓰는 이유는 더 무뎌지기 위해서다. 생일 역시 수없이 흘러가는 날 중 하루에 불과하다. 앞으로도 생일은 이렇게 '별일없이'지나 갈 것이다. 행여나 다음 생일에 직장을 갖게 된다면, 취업준비생의 생일에는 이토록 간절했었다고 기록하여 알려주고 싶다.

올해 내 생일은 개구리가 깨어난다는 경칩 하루 전이었다. 개구리가 깨기 전 몸을 웅크리듯 나도 무딘 생일을 보내고 잠에서 깨어나겠지.

덧글

  • 여리여리한 황제펭귄 2013/03/05 17:46 # 답글

    아아.. 너무공감되네요.. 저도같은 취준생의 입장으로.....
    우린 다 잘될거에요! 성원님 힘!!! 늦었지만 생일축하드려요오*◀:-D
  • 성원 2013/03/05 20:12 #

    으흐흐 고맙습니다!*_*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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